미국 MBA 섬머인턴 4: 매니저와의 갈등 해결과 디지털 헬스

생소한 분야에서 헤매는 매니저, 솔직한 대화로 푼 갈등, 그리고 디지털 헬스 시장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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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BA 여름 인턴 7, 8주 차 기록입니다. 생소한 분야에서 micro-manage 하던 매니저와 솔직한 대화로 관계를 푼 경험, 복잡한 미국 디지털 헬스 시장과 Health Navigator의 정체, 그리고 임원과의 1대1 면담에서 배운 것을 담았습니다.

📌 이 글은 2019년 8월, Duke Fuqua MBA 시절 여름 인턴 기간에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한 '감자맨 유학일기'를 다듬어 옮긴 것입니다. 당시 경험과 판단을 기록한 글이라, 비자·취업·실무 환경은 자주 바뀌니 최신 내용은 공식 기관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미국 병원 인턴 7, 8주 차, 매니저와의 갈등을 푼 법

감자맨 유학일기 (22/38)

오늘 8월 21일. 16일에 인턴이 끝났고 저는 더럼에 돌아왔습니다. 그사이 바빠서 글을 못 썼는데 어느새 한 달이 흘렀네요. 기억을 더듬어 밀린 숙제를 마쳐보겠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 매니저의 습격

지난 편 말미에 말씀드렸듯, 인턴 시작 후 몇 주 지나니 슬슬 매니저가 마수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이게 뭐지 싶어 한두 주 지켜봤는데, 아무래도 본인도 잘 모르는 분야인 데다 너무 바빠 약간 멘붕이 온 상태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대화로 해결책을 찾아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렇게 운을 뗐습니다.

"난 솔직히 네가 어떤 디렉션을 주는지 잘 모르겠어. 머릿속에 뭔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내용이 너무 모호해서 이해가 안 돼.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걸 수도 있겠지. 아무튼 이렇게 가면 진전이 없을 것 같으니, 네가 생각하는 걸 어느 정도 정리해서 주면 그다음부턴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뒤에 논의하는 건 어떨까. 삼천포로 안 빠지게 check-in은 자주 할게."

저는 하나, 솔직하게 말하고, 둘, 좀 더 자율권을 달라고 부탁하고, 셋, 그 과정에서 꾸준히 피드백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본 건 '솔직하게 말하기'였어요.

학교에서 미국 친구들이든 학교 프로젝트든, 제가 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이거였습니다. 아직 영어도 부족하고 사회적 맥락도 모르는 게 많아 듣다 보면 '저게 뭐지' 하는 경우가 꽤 됩니다.

처음엔 '일단 듣고 나중에 이해하자' 했지만 오래지 않아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어요. 괜히 오해를 살 여지도 있습니다. 처음에 안다고 넘기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모른다고 하면 '얘는 좀 떨어지는 놈인가' 하는 오해를 받기 쉽거든요. 반대로 처음부터 "네가 무슨 말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으니 설명해 주겠니" 하면, 보통 거부감 없이 다시 설명해 주고, 외국인인 경우 더 쉽게 풀어주려 노력합니다. 그러니 바로 process가 안 되는 게 있으면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direct하게, 그때그때 묻는 게 좋습니다.

이후 매니저와는 큰 트러블 없이 잘 풀었습니다. 한국에서 저랬으면 짤렸겠지만요. 물론 어느 정도 얼개가 잡히고 제가 내용을 꽤 잘 쥐고 있다고 생각한 뒤에도 프로젝트 끝까지 슬쩍슬쩍 micro-manage 하려 들길래 '이 친구는 성격이 이렇구나' 하고 받아들인 면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상호 도움이 되는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뭐 제가 인턴 나부랭이라 그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기도 했고요.

디지털 헬스 시장, 혼란하다 혼란해

다시 프로젝트로 돌아와서, 미국 digital health 쪽은 당시 상당히 복잡한 발전 단계에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헬스케어 시스템 자체가 혼란스러운데 거기에 새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 "우리 이거 한다"고 주장만 하고 별 value add는 없는 회사도 많고, 좋은 서비스인데 시장이 미성숙해 사장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물론 그 와중에 나름의 비즈모델을 만드는 회사도 많았고요. 그중 제가 분석한 Health navigator들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특히 어떤 회사는 손정의 회장의 Vision Fund에서 불과 몇 달 전 2억 달러가량의 추가 funding을 받기도 했죠.

그럼 이 Health navigation 회사들이 뭘 하느냐. 쉽게 말하면 TV 케이블 시장에 나타난 넷플릭스가 하는 일을 헬스케어에서 하려는 회사입니다. 미국 케이블 회사들의 소비자 만족도는 거의 전 산업 최악인데, 채널은 수백 개인데 볼 게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케이블과 거의 비슷한 만족도를 가진 게 미국 Health Insurance 회사들입니다. 사기업이 전 국민의 절반가량 의료보험을 커버하는데, 보험 내용이 워낙 복잡해 본인이 뭘 보장받는지도 모르고 그냥 아프면 응급실 가는 경우가 허다해요. 이런 uninformed된 의사결정 때문에 보험을 제공하는 고용자는 비용이 계속 늘고, 혜택을 받는 피고용자도 질 높은 서비스를 못 받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 사이를 비집고 Health navigator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curated healthcare를 제공한다고 주장해요. 넷플릭스처럼 자기들 platform을 만들어 그 안에 healthcare ecosystem을 구축해 두고, 가입자가 의료 서비스가 필요할 때 손쉽게 찾도록 돕는 역할이죠. 콘텐츠를 장르별로 나눠두고, 봤던 것과 비슷한 걸 추천하고, 새것 나오면 보여주는 그런 일을 헬스케어로 하는 겁니다. 그럼 이게 병원엔 어떤 의미냐. 앞으로 일반 환자의 care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navigator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업체들 중 어떤 곳과의 파트너십이 병원의 환자 base 확장에 유리한지 판단해 recommendation 하는 일을 했습니다. 흥미로운 프로젝트였지만 대부분에겐 전혀 흥미롭지 않을 듯하니, 이 얘기는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HBS 케이스 스터디를 왜 시키죠?

7, 8주 차의 또 다른 흥미로운 일은, 저희 팀을 모아놓고 학교에서 하던 HBS 케이스 스터디를 했다는 겁니다. 그걸 왜 하나 싶으시겠지만, 실은 저희 VP가 HBS 출신이라, 추억에 잠기고 싶은 마음 더하기 HBS 케이스가 비교적 최근 사례라 도움이 될 것 같아 해보자고 한 듯합니다.

그래서 미국 telehealth 회사 Amwell 케이스를 준비해 갔어요. 미리 케이스도 돌리고 discussion question도 만들어 뿌렸습니다. 학교에서 다룬 내용이지만 인턴 팀과 하려니 어찌나 신경 쓰이던지. 다행히 무사히 마쳤고, 팀이 digital health 회사들과의 파트너십을 다방면으로 알아보던 차라 관련 내용이 많이 도움 됐다는 feedback도 받았습니다.

그 외 흥미로운 일들

병원 전략 쪽 SVP와 1대1 면담도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다가, 제가 말하기보단 상대가 많이 말하게 하고 하하 호호 하다 나오자 싶어 여러 질문을 던졌어요. clinical background 없이 헬스케어에서 일할 때 뭐가 가장 중요하냐는 질문에, "이 병원이 하버드 수련병원이라 그런 경우 많이 봤지. ego가 장난 아니거든" 하시며, "그래도 그들은 business 백그라운드가 없으니 합리적으로 이야기하면 충분히 value add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단서를 단 게, 스스로 존중을 얻어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저희 팀 VP부터 그 위 SVP, CEO까지 모두 clinical background 없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세계 최고 수준 의료 시설이 모인 곳에서 그렇게 일한다는 점이 참 대단하다고 종종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편엔 마지막 두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파이널 PT는 어땠는지, 그리고 더럼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이전 편: 미국 MBA 섬머인턴 3: 레드삭스와 Health Navigator 프로젝트 → https://www.gamja.co/contents/blog/duke-fuqua-summer-intern-boston-3
다음 편: 미국 MBA 섬머인턴 5: 파이널 PT와 인턴 마무리, 더럼 복귀 → https://www.gamja.co/contents/blog/duke-fuqua-summer-intern-boston-5

Essay Gamja Jinwook Shin Profile

Jinwook

Founder, CEO

'에세이 감자'는 제가 MBA를 준비하며 느꼈던 Essay Writing Services 산업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만든 서비스입니다. 어결치MBA 블로그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 그리고 최고의 자문단과 함께 여러분의 목표를 '합리적'으로 달성하실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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