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요약
미국 MBA 여름 인턴 3, 4주 차 기록입니다. 처음 경험한 재택근무와 유연한 기업문화, 2주 단위로 들어온 첫 페이첵, 그리고 대형병원 전략팀의 첫 시장분석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네 가지 원칙을 담았습니다.
📌 이 글은 2019년 7월, Duke Fuqua MBA 시절 여름 인턴 기간에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한 '감자맨 유학일기'를 다듬어 옮긴 것입니다. 당시 경험과 판단을 기록한 글이라, 비자·취업·실무 환경은 자주 바뀌니 최신 내용은 공식 기관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미국 병원 인턴 3, 4주 차, 유연근무와 첫 프로젝트
감자맨 유학일기 (20/38)
오늘은 딴소리부터 시작해 볼까요. 지난 목요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었습니다. Independence Day, 약칭 4th of July, 더 줄이면 그냥 the 4th라고도 하죠. 역시나 챨스강변에 사람이 가득 모였고, 평소보다 배도 훨씬 많이 떴더군요. 무슨 덩케르크인 줄. 저녁엔 빠질 수 없는 불꽃놀이가 있었고, 그전엔 친구네 파티에 갔습니다.
초대받았으면 답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려 소주를 사 갔는데, 그 집에 이미 맥주랑 Truly랑 보드카가 있다는 걸 간과하고 4병이나 사간 게 화근이었어요. 여기선 병당 8불을 넘는 고급술이라 남길 수가 없었던 만큼, 그다음은 생략하겠습니다. 참고로 금, 토,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일요일 밤까지 단 한 번도 집 밖을 안 나갔다는 후문.

천조국의 워라밸
여기서 워라밸이 왜 나오느냐. 태어나서 처음 재택근무를 해봤기 때문입니다. 목요일 휴일을 쉬고 금요일에도 집 밖을 안 나갈 수 있던 게 바로 재택근무 덕이었어요. 사실 독립기념일 전 주부터 매니저가 "금요일에 휴가 쓰고 어디 안 가?", "아니면 그냥 집에서 일할래?"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교육받은 투철한 가라 군기를 탑재한 인턴인지라 "아니 난 괜찮아, 그냥 오피스 나오지 뭐" 했죠. 그런데 재차 삼차 묻는 매니저의 눈치를 보아하니 제가 안 나오길 바라는 것 같아서, "흠, 그렇다면 집에서 일할게" 했습니다.
단편적일 수 있지만, 이런 유연한 근무환경은 이곳에서 인턴하며 느낀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만고불변 팀바이팀이긴 해도 매주 금요일 재택하는 팀도 있더군요. 물론 미국도 산업별, 회사별로 천차만별일 테죠. 비교적 formal한 문화를 가졌다는 '병원'임에도 신생 팀이라 유연한 면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번 여름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합리적인 문화를 경험 중입니다. 회식도 전혀 없고 점심도 각자 알아서 먹는데,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느낍니다.
이렇듯 기업문화는 MBA들이 섬머인턴 중 체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졸업하면 한동안은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야 하니, 내가 이 직장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최소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 게 필요하거든요. 큰 조직이 맞는지 스타트업 같은 곳이 맞는지, 가고 싶던 회사가 상상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확인하며 커리어를 더 고민해 볼 좋은 기회입니다.
첫 번째 페이첵
첫 페이첵도 받았습니다. 특이하게 여긴 2주에 한 번씩 끊어서 주더군요. 돈을 더 자주 받으니 기분이 좋은 느낌. 저는 정해진 '주 5일 곱하기 8시간 곱하기 hourly wage'로 계산해 받았습니다. 맨날 통장에서 돈이 나가다가 오랜만에 들어오니 뿌듯하기 그지없었어요. MBA는 은근 페이를 잘 줘서 섬머인턴 동안 버는 돈이 쏠쏠합니다. 금세 또 먼지가 되어 날아가겠지만, 10주간 다섯 번 더 이 즐거움을 맛보겠죠.
참고로 이 대목에서 전에 다룬 페이 협상도 다시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인턴이라고 굳이 낮춰 받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낮게 받으면 풀타임 때 anchoring point가 낮아져 불리해질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첫 번째 프로젝트, National 마켓 시장분석
첫 프로젝트는 시장분석이었습니다. National business 확장을 위해 팀에서 작년에 예산을 받아, 새 시장을 골라 파트너십을 넓히고 지역을 정해 DTC 마케팅을 할 계획을 짜는 중이었는데, 거기 필요한 시장분석과 recommendation을 도출하라는 과제였죠. 타깃은 인구가 꽤 많고 뚜렷한 마켓리더가 없는 한 주였습니다. 특히 high-complexity 케이스를 치료할 capability도 제한적이라 상당히 fragmented된 시장이었어요. 큰 시장에 unmet needs가 있으니, 경쟁력 있는 외부 플레이어들이 눈독을 들일 만하겠죠.
제겐 외부 업체(미국 정부가 issue 하는 데이터를 가공해 파는 곳)에서 구매한 data set이 주어졌습니다. 태어나서 250MB짜리 엑셀 파일은 처음 봤어요. 그래도 병원별 입퇴원, service line, DRG, CMI(높을수록 복잡한 케이스) 같은 상세 정보가 있어 뭘 어떻게 할지 파악하긴 수월했고, 환자 zip code 정보까지 있어 환자들이 어떤 치료를 위해 어디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정보는 HIPA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에 따라 개인 정보를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이 data set을 만지며 data collection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꼈습니다. 의료 시장에서는 데이터가 있어도 쓰기 어렵게 돼 있어 양만 많고 효용은 0에 수렴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접적으로나마 2010년 ACA(Affordable Care Act, 통칭 오바마케어) 이후 미국이 유의미한 data collection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성공적인 첫 PT, 가능했던 이유
약 2주간 데이터에 익숙해지고 나름의 planning을 거쳐 13페이지 분량 첫 PT를 완성했습니다. 발표도 무난히 했어요. 데이터가 워낙 잘 갖춰져 있고 흥미로운 부분도 많아 큰 무리 없이 끝냈습니다. 다만 좋은 성과를 위해 스스로 몇 가지 장치를 둬뒀습니다.
하나, 잦은 feedback session. 새 매니저와 일하니 스타일도 알아가야 했고, 짧은 인턴인 만큼 혼자 하다 잘못된 줄도 모르고 시간 낭비하는 사태는 막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인사이트를 뽑으려는지 매니저나 팀원 한두 명과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 짧게라도 미팅하며 방향을 잡았어요.
둘, 모르는 건 무조건 물어보기. 이건 학기 중 제가 잘 못했던 부분입니다. 영어가 100% 유창하진 않아 수업이든 미팅이든 빼먹거나 이해 못 한 부분이 꼭 있었거든요. 소셜에선 다 못 알아들어도 호호 웃고 넘긴 적이 많은데, 학교에선 괜찮아도 일할 땐 '안다더니 왜 저러지' 하는 오해를 사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조금 불편하고 대화가 길어져도 정확히 이해할 때까지 계속 묻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셋, 잘 못하는 부분은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 청하기. 이건 학교에서부터 잘했던 부분이에요. 1학년 팀과 처음 만났을 때 저는 International로서 부족한 writing 등은 언제든 feedback 부탁한다고 바로 얘기해 뒀습니다. transparent하게 열고 배우는 자세만 보이면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고 잘 도와줍니다. 적절한 단어나 표현, 전문용어는 실무 경험 없이 단시간에 잡기 어려우니, 부끄러워 말고 솔직하게 도움받으세요.
넷, 일정을 약간 타이트하게 잡기. output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deadline을 살짝 빡빡하게 잡았습니다. 팀에선 여름 동안 3개쯤 프로젝트에 관여할 거라 미리 알려줬는데, 첫 주와 마지막 주를 빼면 8주라 적어도 2~3주에 하나씩은 output이 나와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매니저가 언제까지 되겠냐 물을 때 거기 맞춰 deadline을 잡았는데, 타이트하게 가니 효율도 오르더군요. 단, 안 될 것 같으면 솔직하게 안 된다고 하셔야 합니다. 카투사 때도 느꼈지만 미국 친구들은 "언제까지 할게" 하면 그때까진 기다려 주는데, 막상 때가 돼서 "아직 안 됐는데" 하면 그때 할 말 다 하더라고요.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미팅
다음 두 주는 이 시장분석의 follow-up으로 더 세부적인 qualitative 분석에 들어가고, 새 파트너십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업체 조사와 선정을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referral process 관련 프로젝트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하는데, scope 잡기가 난항이라 더 고민이 필요합니다. 두세 번 미팅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지만, 워낙 광범위하고 내외부 power dynamics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 빠르게 결정되긴 어려울 듯해요. 뭐 어떻게든 되겠죠. 하나 덜 하면 땡큐고요.
이상으로 3, 4주 차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글을 올릴 때면 벌써 인턴의 60%가 지난 시점이겠네요. 시간 참 무섭게 빠릅니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MBA 인생, 1년 후 저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요. 일단 눈앞에 닥친 일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전 편: 미국 MBA 섬머인턴 1: 보스턴 도착과 병원 전략팀 첫 배치 → https://www.gamja.co/contents/blog/duke-fuqua-summer-intern-boston-1
다음 편: 미국 MBA 섬머인턴 3: 레드삭스와 Health Navigator 프로젝트 → https://www.gamja.co/contents/blog/duke-fuqua-summer-intern-bosto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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