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요약
2018년 입학해 시작한 Duke Fuqua MBA를 졸업했습니다. 얻은 학위와 수업, 친구라는 social infrastructure, 그리고 자신감까지. 잃은 것과, 잊은 시간이라는 비용까지 솔직하게 적은 졸업 회고입니다.
📌 이 글은 2020년 5월, Duke Fuqua MBA 졸업 무렵 네이버 블로그에 쓴 ‘감자맨 유학일기’를 다듬어 옮긴 것입니다. 당시 경험과 판단을 기록한 글이라, 비자·취업·학사 제도는 자주 바뀌니 최신 내용은 공식 기관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Duke Fuqua MBA 졸업, End of an Era
감자맨 유학일기 (33/38)
졸업했습니다. 2018년 6월 노스캐롤라이나의 울창한 숲과 뜨거운 햇살 아래 ‘이제 시작이구나’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끝이네요. 코로나로 마지막 term을 집에서 보내느라 실감이 안 났는데, 친구들이 하나둘 더럼을 떠나기 시작하니 비로소 졸업이 와닿습니다. MBA 생활이 늘 시끌벅적했기에, 이곳이 원래 얼마나 조용한 곳인지도 이제야 깨닫네요. 졸업도 했겠다, 지난 2년을 돌아보는 글을 써보겠습니다.
MBA에서 얻은 것
먼저 수업입니다. 학부에서 경영을 전공했는데도 훨씬 다양한 지식을 입체적으로 배웠어요. 모든 수업이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Case Study로 대표되는 MBA식 수업의 이점은 충분히 체감했습니다. 이론을 실제 케이스에 접목하니 흥미로웠고, Cold Call과 토론, 조별 모임으로 콘텐츠가 풍부해졌죠. 케이스로 executive decision을 연습한 경험은 앞으로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

학교의 resource도 컸습니다. On Campus로 오는 회사도 많고, 미 남부를 대표하는 학교라 브랜드만으로 더 많은 기회를 줍니다. 덕분에 세계 최고의 회사들, 유수의 병원들과 면접 기회를 얻었어요. PE/VC처럼 미국인도 가기 어려운 곳은 한국인으로서 쉽지 않지만, 평균적인 한국 출신 MBA가 갈 수 있는 대부분의 회사엔 이전 경력만 align되면 어떻게든 기회가 닿습니다. 현역 학생들 자체도 큰 resource예요. 1, 2학년 합하면 8~900명인데, 다들 어딘가에서 일하다 온 친구들이라 내가 가고 싶은 곳 출신이 꼭 있고, Coffee chat을 신청하면 거의 100% 응해줍니다.
대학 문화도 즐거운 요소였습니다. Duke는 전통적으로 유대감이 강한데 그 중심에 농구가 있어, 조금만 참여해도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생깁니다. 게다가 Fuqua는 시골에 있다 보니 여느 MBA보다 tight해서, MBA이면서도 학부 같은 문화를 누릴 수 있었어요.

가장 큰 성과는 역시 친구입니다. 저는 사람 욕심이 좀 있는 편이고, 관계는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가꿔야 한다고 믿습니다. MBA에선 언어와 문화 차이로 시간이 더 걸렸지만, 더럼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다 같이 지낸 덕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니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죠. 2년 전 세운 목표 중 하나가 ‘졸업하고도 평생 연락할 친구 5명 사귀기’였는데, 충분히 초과 달성했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것부터 리쿠르팅, 커리어 고민, 그리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얻는 정서적 안정까지 이곳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자신감입니다. MBA 전엔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늘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내 콘텐츠와 경쟁력이 뭔지 모르겠는 느낌이었죠. MBA를 거치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무엇을 보완할지를 더 구체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접근하게 됐습니다. 타지에서 작은 성취들을 쌓아온 것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줬고요. 아, 그리고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 석사 학위를 받았으니까요.

MBA에서 아쉬웠던 것
먼저 돈과 ROI입니다. 학비는 학교 홈페이지대로일 테고, 생활비는 그보다 훨씬 듭니다. 더럼 기준 렌트 1B/1B 1000~1650달러에 식비, 차량 구입과 유지비, 여행비를 더하면 월 2500~3000달러 혹은 그 이상이 어렵지 않아요. 대도시는 여기에 1.5~2배, 거기에 포기하고 온 연봉(기회비용)까지 더해야 합니다.
ROI는 제가 앞으로 어떤 퍼포먼스를 내느냐에 달린 결과론이지만, 어쨌든 이만큼은 잃은 부분입니다. 시간도 지났습니다. 나이가 중요한 한국에 돌아가면 또 나이를 생각하게 되겠죠. 그리고 Priority를 더 빨리 설정했더라면 하는 후회. 2년이라는 시간과 큰 비용을 생각하면, 쓸데없는 것들을 초반에 빨리 쳐내고 razor focus 했어야 했습니다.
앞으로는?
느끼셨겠지만 저는 얻은 게 더 많다고 자평합니다. 다만 아직 풀타임을 구하는 지금, 얻은 건 대부분 intangible하고 잃은 건 너무나 tangible한 돈과 시간이네요. 코로나로 경제가 불투명하고 hiring freeze에 lay off까지 보이는 요즘,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도 무엇을 하든 MBA 전보다 단단하게 추진해 나갈 알맹이를 만든 것 같아 만족합니다. 친구들과 ‘앞으로 10년이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겠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지난 2년간 그 10년의 그림을 잘 그렸다고 생각해요. 다시 세상에 나가면 저를 보는 시선은 2년 전과 분명 달라졌을 겁니다.
MBA는 그 무엇도 보장하지 않지만, 사람들의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죠.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건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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